블로그에 카테고리가 필요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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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을 쓰려고 에디터를 열었다. 주제도 정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 그런데 "출간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 글, 어디에 넣지?"
NestJS로 API를 만들면서 느낀 점을 쓰려는데 — 이게 "NestJS" 카테고리인가, "백엔드" 카테고리인가, "회고" 카테고리인가. 세 개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기존 카테고리 구조를 다시 정리하다가, 정작 글은 쓰지 못한다.
카테고리가 글쓰기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글쓰기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카테고리 분류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당신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분류 자체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글은 하나의 주제에 속하지 않는다. "Docker로 NestJS 배포 자동화하기"라는 글은 Docker인가, NestJS인가, DevOps인가, CI/CD인가. 어디에 넣든 나머지 세 곳에서는 이 글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다 — 카테고리를 미리 만들어두면, 글을 카테고리에 맞추기 시작한다. "DevOps 카테고리에 글이 없으니까 하나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거나, 카테고리에 안 맞는 글은 아예 쓰지 않게 된다. 도구가 주인을 지배하는 셈이다.
David Allen의 GTD(Getting Things Done)에는 핵심 원칙이 있다.
"Capture first, Organize later." 먼저 수집하라. 정리는 나중이다.
할 일이 떠오르면 일단 적는다. "이건 어떤 프로젝트에 속하지?" 같은 고민은 하지 않는다. 적고 나서, 나중에 모아보면 패턴이 보인다. 그때 정리해도 늦지 않다.
블로그 글도 마찬가지다.
카테고리는 계획이 아니라 결과다. 미리 설계하는 게 아니라, 쓰다 보면 발견되는 것이다.
Tiago Forte의 PARA 방법론에서는 정보를 주제별로 분류하지 않는다. 대신 **"행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눈다.
"NestJS"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지금 내가 NestJS로 뭘 하고 있느냐"가 기준이 된다. 같은 NestJS 글이라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나온 글이면 Project이고, 나중에 참고할 팁이면 Resource다.
핵심은 이것이다 — 주제가 아니라 맥락으로 구분하라. 그리고 그 맥락은 글을 쓰기 전이 아니라, 쓴 후에 더 명확해진다.
그럼 카테고리 없이 어떻게 운영하는가?
태그를 쓴다. 카테고리는 하나만 선택해야 하지만, 태그는 여러 개 붙일 수 있다. "Docker로 NestJS 배포 자동화하기"에 #Docker #NestJS #DevOps #CI/CD를 모두 붙이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시간순으로 쌓는다. 블로그는 원래 시간순 매체다. 최신 글이 위로 올라간다. 독자도 카테고리를 탐색하기보다 최신 글을 읽거나, 검색으로 찾는다.
시리즈가 필요하면 그때 묶는다. 5편의 글을 쓰고 나서 "아, 이게 시리즈가 되겠구나" 싶을 때 묶으면 된다. 처음부터 "NestJS 시리즈 10편"을 기획하면 3편 쯤에서 동력을 잃는다.
카테고리는 글을 쓴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글이 쌓이면 카테고리가 스스로 만들어진다.
지금 머릿속에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이건 뭘로 분류하지?" 대신 이렇게 생각하자.
"일단 쓰자. 정리는 나중에."
카테고리 고민에 쓸 30분이면,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