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를 선택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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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코드를 짜고, Claude Code가 프로젝트를 통째로 만들어주는 시대다. 매일같이 "개발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기사가 올라온다.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개발 시작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10년 넘게 웹 개발을 해온 사람이다. NestJS, Next.js, 인프라까지 — 웹에 관련된 건 대부분 해봤다. 그런 내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또 개발자를 하겠는가?"
혼자 답하기엔 편향될 수 있어서, 현직 개발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경력 1년 미만부터 10년 이상까지, 프론트엔드부터 DevOps까지. 총 31명이 응답해주었다.
📋 실제 설문지: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 설문조사
그 결과가 꽤 흥미로웠다.

| 응답 | 인원 | 비율 |
|---|---|---|
| 확실히 다시 하겠다 | 10명 | 32% |
| 아마 다시 할 것 같다 | 9명 | 29% |
| 잘 모르겠다 | 9명 | 29% |
| 절대 안 하겠다 | 3명 | 10% |

61%가 긍정이다. 10명 중 6명은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29%는 망설이고 있고, 10%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흥미로운 건 "잘 모르겠다"가 29%나 된다는 점이다. 확신 있게 "다시 한다"도 아니고, "절대 안 한다"도 아닌 사람이 3명 중 1명이다. 이들의 이유를 보면 대부분 같은 키워드가 나온다 — AI.
"향후 10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상황!" — 1-3년차 "다시 태어난 시대에는 AI가 개발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 1-3년차 "AI가 발달하기 전에 태어난다면 똑같은 길을 걸을 것 같고, 지금 다시 태어난다면 굳이 안할 것 같다" — 10년 이상
| 응답 | 인원 | 비율 |
|---|---|---|
| 위협보다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 14명 | 45% |
| 매우 위협적이다 | 7명 | 23% |
| 어느 정도 위협적이다 | 5명 | 16% |
| 오히려 개발자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 4명 | 13% |

45%가 "도구"로 본다. 가장 많은 답변이다. 하지만 39%는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개발자 사회에서도 AI에 대한 시각은 분명히 갈리고 있다.
설문 데이터를 경력별로 쪼개보면 재미있는 패턴이 보인다.
| 경력 | 긍정 (다시 한다) | 잘 모르겠다 | 부정 (안 한다) |
|---|---|---|---|
| 1년 미만 (3명) | 33% | 33% | 33% |
| 1-3년 (20명) | 60% | 35% | 5% |
| 5-10년 (4명) | 75% | 25% | 0% |
| 10년 이상 (4명) | 75% | 0% | 25% |

1년 미만은 완전히 의견이 갈린다. 삼등분이다. 하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잘 모르겠다"가 줄어들고, 확신이 강해진다. 5-10년차와 10년 이상에서는 75%가 긍정이다.
왜 그럴까? 주관식 답변에서 힌트가 보인다.
저년차가 말하는 이유:
"잘맞는다" / "재미원툴" / "할수있는일이라서"
고년차가 말하는 이유:
"몰두할수있고 할수록 재밌어서" — 5-10년차
"직업의 만족도" — 10년 이상
"수요도 충분하고 일정 수준에 오르기 쉽지 않기 때문" — 10년 이상
저년차는 **"맞는다, 재밌다"**라는 감각적 판단이다. 고년차는 **"만족도, 수요, 진입장벽"**이라는 구조적 판단이다.
경험이 쌓이면 감각이 확신으로 바뀐다.

| 경력 | 도구로 활용 가능 | 매우 위협적 |
|---|---|---|
| 1년 미만 | 67% | 33% |
| 1-3년 | 45% | 15% |
| 5-10년 | 25% | 50% |
| 10년 이상 | 50% | 25% |
5-10년차가 AI를 가장 위협적으로 느낀다. 의외다. 보통 "경력이 많으면 여유롭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간 경력자가 가장 불안해한다.
이유를 추측하면 이렇다. 5-10년차는 실무의 깊이를 알고, AI가 실제로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체감하는 시기다. 저년차는 아직 AI의 실질적 위협을 경험하기 전이고, 10년 이상은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설계, 의사결정, 소통)에 이미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나는 "확실히 다시 하겠다"에 표를 던졌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를 못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평범하게만 벌 수 있다면 만족이었다. 그런 내가 1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만족한 부분은 연봉이 아니다.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 그리고 다양한 도메인에 대한 경험이다.
개발자로 살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거부감이 사라졌다. AI 같은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 학습곡선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게 나라는 사람의 특성인지, 개발자라는 직업이 만들어준 특성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 개발 덕에 손해 본 적은 없다.
AI 시대에 개발자를 다시 선택하겠냐는 질문의 전제에는 이런 가정이 깔려 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면, 개발자는 필요 없는 거 아니야?"
이 질문은 개발자를 "코드를 치는 사람"으로 정의할 때만 성립한다.
나는 다르게 본다. 개발자는 "만드는 사람"이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누군가의 필요를, 세상에 없던 것을 — 실제로 존재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연필로 그리든 태블릿으로 그리든 화가는 화가다. 망치로 짓든 3D 프린터로 짓든 건축가는 건축가다. 코드를 직접 치든 AI에게 시키든, 만드는 사람은 개발자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개발자를 정의하지 않는다.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개발자를 정의한다.

그래서 나는 AI가 코드를 아무리 잘 짜줘도 개발자라는 직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가 바뀔 뿐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마다 배워서 써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님과 이야기 나눴던 좋은 내용이 있어서 공유드립니다.
다만, 나도 변화하고 있는 것은 있다.
예전에는 코드와 구현 중심적 사고를 했다. "이 기능을 어떻게 구현하지?" "이 아키텍처가 맞나?" "이 라이브러리를 쓸까 저걸 쓸까?"
지금은 실행 중심적 사고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기획을 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에, 실행을 해야 구현할 수 있는 재료들이 모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드는 실행의 결과물이지, 실행 그 자체가 아니다. 기획 → 계획 → 실행 → 구현. 이 순서에서 구현은 맨 마지막이다. AI가 구현을 도와준다면, 나는 기획과 실행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위협이 아니라 해방이다.
내 블로그에 실행 관련 글이 많은 이유도 이것이다.
설문의 마지막 질문은 "개발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였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역할이 변할 뿐 개발자가 변하진 않으니 열심히 하세요" — 5-10년차 "프로그래밍 자체를 즐길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 5-10년차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좋은 실패를 겪어보는 것이, 고민만 하고 있는 것보다 100배 낫다" — 1-3년차 "일단 들어와서 버티기... 개발자가 위험해지면, 다른 일자리도. 더..." — 1-3년차
나의 답은 이것이다.
나보다 타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개발자는 괜찮은 선택이다.
돌이켜보면, 나를 위해 구현한 것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다른 이들이 필요한 것을 만드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주고, 누군가가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게 개발이었다.
설문에서 물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용자들에게 행복을 주고 보람을 느낄 때 뿌듯하다" — 5-10년차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 — 1-3년차 "원하는 아이디어를 내가 만들어낼 수 있다" — 5-10년차 "새로운 걸 창조해낼 수 있음" — 1년 미만 "덕업일치가 되는 분들이 많다. 적성이 잘만 맞으면 스트레스 거의 없이 공부하면서 돈 받는다는 생각" — 1-3년차
답변들을 읽다 보면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한다. "만들 수 있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서비스로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편해진다. 내가 작성한 오픈소스로 다른 개발자가 시간을 아낀다. 내가 쓴 글 하나로 비전공자가 코딩에 첫 발을 내딛는다.
만들 수 있다는 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 베풀기 위해 배워야 할 건 산더미인 건 안 비밀이다.
AI 시대에 개발자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건 맞다. 설문에서도 29%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39%가 AI를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할 거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이건 모든 사람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내 기준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를 선택할 것이고,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배워서 쓸 것이고, 만들 수 있는 한 계속 만들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를 선택하겠는가?
이 글은 31명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31명은 개발자 전체를 대표하기엔 작은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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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이 100건을 넘기면, 더 정밀한 데이터로 두 번째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경력별, 분야별, AI 인식별로 더 깊이 쪼개보고, 100명의 개발자가 그리는 개발자의 미래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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