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머시브 심(Immersive Sim) 장르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한 줄로: "하나의 문제를 여러 방법으로 풀 수 있게 설계된 게임"
잠긴 문 너머에 목표물이 있다고 치면, 보통 게임은 "열쇠 찾아서 문 열기"라는 정해진 루트 하나뿐인데, 이머시브 심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물리 법칙처럼 일관되게 굴러가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법을 만들어내게 하는 게 핵심. 이름도 그래서 "몰입형(Immersive) 시뮬레이션(Sim)" — 세계가 진짜처럼 반응한다는 뜻.
Dishonored

암살자로 목표 제거. 정면 돌파로 다 죽여도 되고, 아무도 안 죽이고 클리어해도 됨. 스텔스처럼 보이지만 "숨기"만 강요하지 않고, 순간이동/시간정지 같은 초능력으로 온갖 편법이 다 허용됨.
Deus Ex

사이버펑크 FPS/RPG 하이브리드, 이머시브 심의 원조 격. 총으로 밀고 들어가도, 해킹으로 뚫어도, 대화로 설득해서 전투 없이 넘어가도 됨.
Prey (2017)

우주정거장 배경. 커피잔으로 변신해서 좁은 틈을 통과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선택지까지 존재. 시스템 유연성의 극단적인 예.
BioShock

해저도시 랩처 배경,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계열. 총기 + 플라스미드(초능력) 조합으로 전투를 자기 스타일대로 풀어가는 재미. 스토리텔링도 강해서 입문하기 무난함.
이 장르를 직접 안 만들어도, 여기서 나온 원칙들은 다른 장르에도 계속 스며들어 있다.
여러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는 게임을 짤 때 "시스템이 일관되게 반응해야 플레이어가 자기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원칙은 계속 곱씹을 만하다.
판매량도 낮고 대중적으로 유행한 적도 없는 장르를 굳이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여기서 나온 사고방식이 장르 이름표를 떼고 거의 모든 게임 디자인 논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몰입감 있다", "반응형 세계다", "플레이어 선택이 의미 있다" 같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을 뜯어보면, 결국 이머시브 심이 정립한 원칙(시스템끼리 서로 얽혀서 예측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을 어떤 형태로든 차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르 자체를 몰라도 게임은 만들 수 있지만, 이 개념을 모르면 "왜 이 게임은 뭘 해도 그럴듯하게 반응하지?" 같은 걸 설명할 언어가 없어진다.
또 장르 이름을 알아두면 팀 회의나 레퍼런스 얘기할 때 "그거 이머시브 심스럽게 가자" 한마디로 통하는 게 있다. 장르 문해력이란 게 결국 이런 압축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