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 있음과 선택받을 수 있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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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이런 콘텐츠가 자주 보인다.
“바이브 코딩으로 게임을 하루 만에 만들었다.”
“AI로 반나절 만에 서비스를 출시했다.”
“혼자서 앱을 만들고 배포까지 끝냈다.”
댓글을 보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나도 AI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흐름 자체는 흥미롭게 본다. 실제로 AI는 무언가를 만드는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며칠, 몇 주가 걸리던 작업을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고,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결과물도 어느 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현실적인 댓글들도 보이는 편이다.
“게임 만드는 법 말고 팔리는 것도 강의해주셈”
“이거 백날 만들어봤자 뭐함. 안팔리는데...”
이러한 댓글을 보았을 때, "여기서"의 사람들이 자주 착각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사람들이 실제로 원한다는 것은 다르다.
내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과 남들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다르고,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결과물이 선택받는다는 것도 다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AI를 사용하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 기획도 도와주고, 코드도 짜주고, 이미지도 만들어주고, 버그도 어느 정도 잡아준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반드시 선택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계속 플레이하고,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내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요즘 많은 서비스가 AI가 만든 기능을 붙이지만,
기능이 있다고 해서 사용자가 계속 쓰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기능을 보기 전에 먼저 이런 감각을 느낀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지? 이걸 하면 뭐가 달라지지? 재미있나? 다시 들어올 이유가 있나?”
아무리 효율이 좋고 생산성이 뛰어난 도구라도, 사람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금방 당연한 것이 되기 쉽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기능도 생활 전반에 자리 잡으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흥미, 호기심, 몰입, 재미 같은 원초적인 감각이다.
AI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든다.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고, 영상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들여야 했던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AI가 결과물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과는 결국 사용자의 행동에서 나온다고 본다. 사용자가 클릭하고, 읽고, 체험하고, 저장하고, 공유하고, 다시 돌아와 구매해야 비로소 성과가 된다.
즉, AI는 제작의 난이도를 낮춰주지만 사용자의 행동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둘을 갈라서 봐야 한다고 본다.
| AI가 낮추는 것 (제작) | 사람·게임이 푸는 것 (행동) |
|---|---|
| 코드·문서·이미지·영상 생성 | 사용자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
| 시간과 비용 절감 | 다시 돌아올 이유 |
|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 "왜 사람들이 그것을 하는가" |
많은 사람이 "만드는 문제"와 "사람을 움직이는 문제"를 같은 것으로 여길 수 있다고도 보지만,
(게임에 많은 기능을 붙히면 자연스레 골라먹어서 알아서 재미를 챙기겠지? 같은...)
나는 이 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만드는 문제는 구현의 문제다.
선택받는 문제는 행동 설계의 문제다.
게임을 예로 들면 더 분명하다. 게임을 만드는 것은 이제 예전보다 쉬워졌다. 엔진도 좋아졌고, 에셋도 많고, AI까지 있다. 하지만 유저가 그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 왜 계속 해야 하는지, 왜 친구에게 공유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설계해야 한다.
이건 AI가 대신 완성해주기 어렵다. AI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이 그것을 해야 하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AI 시대의 관건은 더 똑똑한 기능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기능을 사람이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더 무거워질 수 있다.
게임은 오래전부터 이 구조를 다뤄왔다. 컴퓨터로 실행되는 게임이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게임을 했다. 가위바위보를 했고, 숫자 놀이를 했고, 규칙을 만들고, 이기고 지는 구조를 즐겼다.
즉, 게임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어떤 행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 목표 · 🏅 보상 · ⚔️ 경쟁·협력 · 🔁 재도전 · 📈 성장감
이 요소들은 사용자의 행동을 끌어내는 데 강력하다. 사람은 기능이 있다고 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참여할 이유가 있고, 지금 행동했을 때 반응이 오고, 다음 단계가 보이고,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있을 때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게임은 "재미있는 콘텐츠"라기보다 사람의 행동을 반복시키는 구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구조는 게임 밖에서도 계속 쓰인다. 출석 체크, 레벨, 배지, 랭킹, 퀘스트, 포인트, 연속 달성, 진행률, 미션, 리워드 같은 요소들은 이미 많은 서비스에 들어가 있다. 사용자는 이것을 게임이라고 의식하지 않아도 그 구조 안에서 행동한다.
문제는 게임 요소를 붙인다고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배지를 붙이거나 포인트를 주거나 랭킹을 만든다고 해서 재미가 생기거나 사람이 계속 쓰는 것은 아니다.
관건은 사용자가 왜 움직여야 하는지,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반복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것이 게임이 오래전부터 다뤄온 영역이다.
나는 앞으로 AI 시대가 강해질수록 게임의 값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AI가 결과물을 쉽게 만들어줄수록, 결과물 자체의 희소성은 낮아진다. 누구나 글을, 이미지를, 영상을, 간단한 앱이나 게임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결과물 속에서 골라야 한다.
그때 갈리는 건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이것을 선택해야 하는가"**다.
AI가 기능을 만든다면, 게임은 참여 구조를 만든다. AI가 문제 해결 능력을 준다면, 게임은 사람이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와 게임의 결합은 "AI로 게임을 만든다"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화에 머물지 않고 참여형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문제 해결 과정에 들어오고, 반복하고,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사회문제 해결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다. 지금까지는 주로 "선택받는 게임"을 말했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참여 구조의 힘은 오히려 상업 밖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본다. 그리고 이건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기술과 게임과 사회문제 해결을 잇는 시도가 이미 존재한다.
| 사례 | 무엇을 | 참여 구조 포인트 |
|---|---|---|
| 테크포임팩트 LAB (모두의연구소×카카오임팩트) | 사회문제 해결 기술 프로젝트 | LLM·AI음성·AR·게임을 "행동 참여"와 연결 |
| 테크포임팩트 캠퍼스 (KAIST×더 프라미스, 2024) | 참여형 방재교육 게임 | 설명이 아니라 상황 속 판단·반복 |
| Games for Change (미국, 2004~) | 사회적 임팩트 게임 큐레이션 | 게임 = 사람을 움직이는 인터페이스 |

**테크포임팩트 LAB**은 모두의연구소와 카카오임팩트가 함께 운영하는 모임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기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논문·연구·서비스·솔루션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소개된다. 내가 흥미롭게 본 건 올라와 있는 프로젝트 주제들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래 프로젝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만 나는 이 주제들을 보며, 기술이 사람의 행동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이렇게 읽었다.


**테크포임팩트 캠퍼스**는 대학생·사회혁신가·카카오 멘토를 연결해 한 학기 동안 실제 사회문제를 푸는 기술 솔루션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발견과 공감 → 정의와 발상 → 프로토타입 개발 → 테스트와 피드백 → 후속 개발로 이어진다.
이 중 KAIST와 더 프라미스가 함께한 2024년 프로젝트로 "시민들의 재난 대비 능력 향상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참여형 방재교육 게임"이 소개되어 있다.
재난 대비 교육은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평소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 위험을 알아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을 참여형 게임으로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명을 듣는 사람이 → 상황 속에서 판단하는 사람으로. 정답을 외우는 사람이 → 선택하고 결과를 경험하는 사람으로.
나는 이것이 게임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는 Games for Change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Games for Change는 2004년부터 게임 제작자, 학생, 교육자, 사회혁신가들이 게임과 몰입형 미디어를 통해 현실 세계의 임팩트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온 미국의 비영리 조직이다. 공식 사이트에서도 게임과 몰입형 미디어를 통해 현실의 변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Games for Change는 게임·기술·교육·건강·사회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프로그램, 이벤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공식 사이트의 Featured Games 섹션에서는 사회적 임팩트 게임과 몰입형 경험을 큐레이션해 소개하고 있다.
이 흐름을 보면 게임은 이미 오락을 넘어 교육, 건강, 사회문제 해결, 시민 참여와 연결되고 있다.
연구 흐름에서도 비슷한 관점이 보인다.
재난 구호를 위한 Serious Game 리뷰 연구(*A Review on Serious Games for Disaster Relief*, 2022)는 전통적인 재난 훈련 방식만으로는 오늘날의 훈련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Serious Game이 재난 계획과 구조 역량 훈련에 활용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또한 몰입형 VR 기반 Serious Game을 다룬 대피 훈련 리뷰 연구(*Immersive virtual reality serious games for evacuation training and research: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2018)는 영상, 포스터, 대피 훈련 같은 전통 방식이 지식 습득과 기억 유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고, VR 기반 Serious Game이 대피 지식 전달과 행동 평가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게임을 만든다고 모든 사회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게임형 구조가 늘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잘못 설계하면 문제를 가볍게 소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게임은 사람이 어떤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고, 반복하고, 피드백을 받게 만드는 데 강한 형식이다.
이 점은 AI 시대에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AI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AI가 개발·디자인·교육·마케팅·운영·콘텐츠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당연한 도구가 될 거라고 본다.(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AI가 생활에 자리 잡을수록, 사람들은 AI 자체를 특별하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처음엔 "AI가 이것도 해준다고?" 놀라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되는 기능"이 된다.
예전의 자동완성·추천 알고리즘·번역이 지금은 당연해진 것처럼.
그러면 질문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사람은 왜 이것을 써야 하고, 왜 다시 돌아오고, 왜 시간을 쓰고, 왜 공유하고, 왜 돈을 내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AI 기능은 금방 평범해진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에 갈리는 지점이 "AI를 붙였는가"가 아니라 **"사람이 계속 참여할 이유를 만들었는가"**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바로 이 질문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게임은 사람에게 목표를 주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행동하면 즉각 피드백을 준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게 만들고, 조금씩 나아진다는 감각을 주고, 혼자서도 함께서도 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구조는 서비스에도, 교육에도, 사회문제 해결에도, AI 기반 서비스에도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AI와 바이브 코딩은 만드는 장벽을 낮추고 있고, 이 흐름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만들고, 시도하고,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만들 수 있다 → 원한다 → 계속 쓴다 → 돈을 낸다 뒤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AI가 대신 풀어주기 어려운 쪽이다.
AI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 더 쉬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차이는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에서 생긴다.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다시 돌아오고, 주변에 공유하고, 자기 문제와 연결하게 만드는가 — 여기에 답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AI 시대에도 게임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가 결과물을 만든다면, 게임은 사람이 그 결과물 안에서 행동하게 만든다. AI가 문제 해결의 도구라면, 게임은 참여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좋은 서비스는 AI가 만든 기능이 많은 서비스가 아닐 수 있다.
사용자가 계속 들어오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고 싶게 만드는 서비스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구조를 가장 오래 다뤄온 분야 중 하나가 게임이다.
그래서 나는 AI 시대에, 오히려 게임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이 왜 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힘은 더 무거워진다.